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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책

지중해의 음모 #001

Escaper 2025. 2. 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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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음모

작가 : 클라이브 커슬러(Clive Cussler)
출간일 : 1973년

프롤로그

숨 막힐 듯 뜨거운 일요일이었다. 브래디 공군기지의 항공 교통 관제탑에서 관제사는 방금 다 피운 담배 끝으로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양말 신은 발을 이동식 에어컨 위에 올린 채 무언가 일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매우 지루했고,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일요일에는 항공 교통이 거의 없었다. 특히 국제적인 정치 문제가 없을 때 지중해 작전 지역에서는 군 조종사는 없는 존재였고 항공기는 거의 운항하지 않았다. 가끔 비행기가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도 대개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이동하는 VIP가 연료를 보충하는 등의 간단한 목적이었다.

관제사는 근무를 시작한 이후 열 번째로 커다란 비행 일정표를 훑어보았다. 출발 예정 항공편은 없었고, 유일한 예상 착륙 시간은 16시 30분으로 거의 5시간 뒤였다.

그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고, 백인은 햇빛에 잘 타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당당히 부정하는 모습이었다. 노출된 피부는 짙은 호두색을 띠었고, 백금빛 금발이 그 사이사이로 섞여 있었다. 그의 소매에 새겨진 네 개의 줄무늬는 하사 계급임을 나타냈다. 기온이 98도를 넘는 상황에서도 그의 카키색 유니폼 겨드랑이에는 땀 얼룩 하나 없었다. 셔츠의 칼라는 열려 있었고, 넥타이는 없었다. 더운 지역에 위치한 공군 기지에서는 허용된 관행이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에어컨의 루버를 조정해 시원한 공기가 다리 쪽으로 올라오게 했다. 새로운 위치가 마음에 든 듯, 그는 상쾌한 감각에 미소 지었다. 그러고 나서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고, 금속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뒤로 기대었다.

미니애폴리스와 니콜렛 애비뉴를 따라 행진하는 여자들에 대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54일을 다시 한번 세어 보았다. 매일이 올 때마다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검은색 수첩에 의식적으로 표시를 했다.

그는 스무 번째쯤 되는 하품을 하고는 창턱에 놓여 있는 쌍안경을 집어 들고, 관제탑 아래로 뻗어 있는 검은 아스팔트 활주로에 정박해 있는 항공기를 살폈다.

활주로는 에게해 북부의 타소스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섬은 그리스 마케도니아 본토와 16마일의 물길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이 물길은 적절히 ‘타소스 해협’이라 불렸다. 타소스섬의 면적은 170제곱마일로, 암석과 나무, 그리고 기원전 1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전 역사의 유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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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디 비행장(기지 직원들이 주로 이렇게 부름)은 1960년대 후반 미국과 그리스 정부 간 조약에 따라 건설되었다. 열 대의 F-105 스타파이어 전투기를 제외하면, 상주하는 항공기로는 햇빛에 번쩍이는 에게해 태양 아래 은빛 고래처럼 보이는 두 대의 거대한 C-133 카고마스터 수송기뿐이었다.

하사는 쌍안경을 통해 잠든 듯한 항공기를 살펴보며 생명의 징후를 찾았다. 비행장은 텅 비어 있었다. 대부분의 인원은 근처 파나기아 마을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에어컨이 있는 막사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단지 주요 출입문을 지키는 외로운 군사경찰 한 명과, 시멘트 벙커 위에 있는 레이더 안테나의 끊임없는 회전만이 사람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는 천천히 렌즈를 들어 맑은 바다를 살폈다. 구름 한 점 없는 밝은 날씨였고, 먼 그리스 본토의 세부 사항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쌍안경을 동쪽으로 돌려 깊은 푸른 바다가 옅은 하늘과 맞닿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열파로 일렁이는 흐릿한 시야 너머에 닻을 내리고 있는 흰색 배가 보였다. 그는 초점을 맞추는 손잡이를 돌리며 배의 이름을 확인하려 애썼다. 간신히 보이는 작은 검은 글자로 적힌 이름은 ’퍼스트 어템트(First Attempt)’였다.

‘정말 이상한 이름이군,’ 그가 생각했다. 그러나 이름의 의미는 그의 이해를 벗어났다. 선체에는 또 다른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선체 중앙을 가로지르는 굵고 검은 선 위에는 세로로 ‘NUMA’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그가 알기로는 ’국립 해양 연구국(National Underwater Marine Agency)’을 뜻했다.

배의 선미에는 거대한 구부러진 크레인이 서 있었고, 물속 깊은 곳에서 둥근 공 모양의 물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하사는 크레인 주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일요일에도 민간인들이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갑자기 그의 시각적 탐색이 인터콤에서 들려오는 로봇 같은 목소리에 의해 중단되었다.

“관제탑, 여기는 레이더… 오버!”

하사는 쌍안경을 내려놓고 마이크 스위치를 눌렀다. “여기는 관제탑이다, 레이더. 무슨 일이야?”

“서쪽 10마일 지점에서 접촉 신호가 잡혔습니다.”

“서쪽 10마일?” 하사가 외쳤다. “그건 섬 내륙 쪽이잖아. 그건 거의 우리 머리 위에 있다는 얘기야.” 그는 다시 한번 대형 스케줄 보드를 바라보며 예정된 항공편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부터는 좀 더 빨리 알려줄래?”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르겠어요,” 레이더 벙커에서 나온 목소리가 울렸다. “지난 6시간 동안 100마일 이내에서는 어떤 신호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럼 거기서 잠이나 자지 말고 장비를 점검하든가 해,” 하사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는 마이크 버튼을 놓고 쌍안경을 잡았다.

그리고 서쪽을 응시하며 일어섰다.

거기 있었다… 언덕 위 나무 꼭대기 높이로 저공 비행하는 작은 검은 점이었다. 그것은 느리게 다가왔다. 시속 90마일도 채 되지 않는 속도였다. 잠시 동안 그것은 땅 위에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거의 동시에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쌍안경을 통해 날개와 기체의 윤곽이 선명하게 초점에 들어왔다. 그것은 너무 분명해서 착각할 수 없었다. 하사는 놀라움에 입을 벌린 채 바라보았다. 낡은 단좌 복엽기의 덜컹거리는 엔진 소리가 메마른 섬의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기체의 노출된 직렬 실린더 헤드를 제외하면, 기체는 유선형으로 되어 있었고, 조종석이 개방된 채로 끝부분이 곧게 뻗어 있었다. 큰 나무 프로펠러가 바람을 휘저으며 오래된 풍차처럼 움직였고, 이 오래된 비행기를 거북이 같은 속도로 풍경 위로 끌어올렸다. 천으로 덮인 날개는 바람에 흔들렸고, 초기 복엽기 특유의 물결 모양의 후미 가장자리를 보여주었다. 프로펠러 허브를 감싸고 있는 스피너부터 승강타의 끝까지, 전체 비행기는 밝고 화려한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하사가 쌍안경을 내리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상징이었던 검은색 몰타 십자가가 새겨진 비행기가 관제탑 옆을 스쳐 지나갔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하사는 비행기가 관제탑을 불과 5피트 거리로 스치고 지나가자 바닥에 엎드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부 전선의 흐릿한 하늘에서 되살아난 유령 같은 비행기를 목격한 놀라움은 그의 감각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조종사는 대담하게 조종석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조종사의 낡은 가죽 헬멧과 고글 아래 얼굴의 특징까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과거의 유령은 미소를 지으며 기체에 장착된 쌍발 기관총의 손잡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떤 엄청난 장난인 걸까? 조종사는 서커스단에 속한 괴짜 그리스인인가? 그는 어디에서 온 걸까? 하사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으로 혼란스러웠지만, 어떤 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비행기의 프로펠러 뒤에서 반짝이는 쌍둥이 불빛을 인지했다. 그리고 관제탑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그 주위를 사라졌다.

그 순간, 시간이 멈췄고 전쟁이 브래디 비행장에 닥쳐왔다. 제1차 세계대전 전투기의 조종사는 관제탑 주위를 돌며 활주로에 게으르게 세워진 최신형 제트기들을 기총소사했다. F-105 스타파이어 전투기들은 하나씩 얇은 알루미늄 외피를 찢고 뚫고 지나가는 구식 8밀리미터 탄환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중 세 대는 연료 탱크에 불이 붙으며 화염에 휩싸였다. 그 불길은 맹렬히 타오르며 부드러운 아스팔트를 녹여 연기가 나는 타르 웅덩이로 변하게 했다. 밝은 노란색의 고풍스러운 비행기가 다시 한 번 공중을 날아오르며 파괴의 납 탄환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C-133 카고마스터 수송기 중 하나가 다음 목표가 되었다. 그것은 거대한 불길 속에서 폭발하며 수백 피트 상공까지 화염을 뿜어 올렸다.

관제탑 안에서 하사는 바닥에 쓰러져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의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가슴 주머니에서 검은 수첩을 꺼내 그 중앙에 뚫린 작은 구멍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시야가 어두운 장막으로 뒤덮이며 흐려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정신을 다잡으려 했고, 간신히 무릎을 꿇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과 무전 장비, 가구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에어컨이 거꾸로 뒤집혀 마치 죽은 기계 동물처럼 다리를 공중에 뻗고 있었다. 에어컨은 여러 개의 둥근 구멍에서 냉각제를 흘리며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사는 무전을 올려다보았다. 기적적으로 무전은 손상되지 않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몸을 끌며 바닥을 기어갔다. 유리 파편에 손과 무릎이 베이면서도 그는 간신히 마이크에 다가가 검은 플라스틱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의 피로 마이크가 붉게 물들었다.

어둠이 하사의 생각을 점점 더 침범했다. 올바른 절차가 뭘까, 그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의 머릿속이 소리쳤다. “무슨 말이라도 해! 아무 말이라도!”

“이 방송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알립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브래디 비행장입니다. 정체불명의 항공기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이는 훈련이 아닙니다. 반복합니다. 브래디 비행장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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