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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탄생 이전, 통신회사와 단말기 제조업체의 관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 통신사(SKT, KT, LGU+ 등)와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휴대폰이 삼성전자 제품이라도 겉에는 통신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었으며, 휴대폰을 켜면 첫화면에도 통신사의 로고가 나왔다.

이뿐 아니다. 통신사는 제조업체가 새로운 휴대폰 모델 개발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상세 스펙 결정에 관여했고, 사용자 경험을 독점하기 위해 UI 디자인도 직접 했다. 휴대폰 가격도 통신사가 최종 결정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사용자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유명한 와이파이 배제 사건이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휴대폰에 와이파이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통신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금지했다. 느린 인터넷 통신과 막대한 통신 요금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감당해야할 몫이었다. 예를 들어 휴대폰에 1MB짜리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게임 구입비와 데이터 통신료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했으며, 데이터 통신료가 게임 구입 비용과 엇비슷했다.

휴대폰 제조사는 통신사의 지나친 간섭에 불만이었고, 사용자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싼 데이터 통신 요금에 불만이었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폰 이후

그렇게 통신사 갑의 위치는 변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 2007년 6월 아이폰이 태어나고, 우리나라에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9년 말 KT를 통해 도입된다. 그 후,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이 모든 불만사항이 단번에 해소된다.

스마트폰에서 통신사의 이름은 한 귀퉁이에 조그마하게 보일 뿐일 정도로 제조사는 주도권을 찾아왔으며, 사용자는 점점 저렴해지는 통신 요금과 널리 보급된 와이파이로 혜택을 보고있다. 주식 가격이 삼성전자보다 비싼 경우도 있을 정도로 막강했던 SKT와 같은 이동통신회사는 기존 인터넷 통신회사와 같은 수순을 밟으며 단순한 망 제공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게끔 변화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을 단순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끈 제품으로 기억하겠지만, 5년간 휴대폰 제조사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내 눈엔 IT 회사들의 관계를 뒤집어 버린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이 더 크게 보인다. 아이폰이 이끈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제조사가 통신사 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고로, 삼성전자는 아이폰에 큰 절을 수백번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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