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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이라는 곳이야말로 인생의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공간이다. 땀을 빼며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시원한 식혜 한 잔에 삶의 여유를 되찾는 곳. 그런데 이번엔 그 소소한 행복이 예상치 못한 보너스와 함께 찾아왔다.
찜질방에 도착해 찜질복을 받아들었다. 늘 그렇듯 별다른 의심 없이 갈아입고 뜨끈한 돌 위에 누웠다. 시간은 흐르고, 땀은 비 오듯 흘렀다. 한참 몸을 지지고 있는데 문득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찜질복 바지 주머니에 쏙 넣어봤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뭔가 단단한 종이 같은 것이 손끝에 걸렸다. 설마?
천천히 손을 빼서 확인해보니… 오, 세상에! 지폐였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다. 접혀 있는 천 원짜리 두 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웬 횡재인가! 살며시 펴봤더니 그 안쪽에는 또 다른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만 원짜리 한 장! 합이 무려 만이천 원! 아싸! 이건 완벽한 공짜 국밥 한 그릇 각이다!
잠시 감격에 젖어 인생을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돈을 길에서 주운 게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길바닥에서 만 원을 발견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게 바로 운명의 선물인가’ 감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로부터 31년이 흐른 지금, 나는 또다시 최대 금액을 갱신하는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생각. ‘근데… 이 돈 너무 빳빳한데?’ 찜질방의 찜질복은 수많은 사람이 입고 벗는 공용 의류다. 당연히 세탁을 거쳐야 하는데, 만약 이 바지가 정상적으로 세탁됐다면 이 돈이 이렇게 말끔하고 빳빳할 리가 없지 않은가? 세탁기 안에서 물에 젖었다가 탈수와 건조까지 거쳤다면 분명 쭈글쭈글해졌을 텐데…...
그렇다면, 혹시, 설마…?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바지가 세탁이 안 된 바지라면?
으아아아아악!!!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기쁨은 사라졌다. 방금까지 이 돈을 ‘행운의 지폐’라며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내가 순식간에 ‘세균의 온상’을 맨손으로 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돈은 대체 언제, 어디서,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인가? 혹시나 전에 입었던 사람이 찜질 후 땀에 절은 채 바지를 벗고 그 안에 이 돈을 깜빡한 거라면? 그리고 그 바지가 세탁 한 번 거치지 않고 내 손에 들어온 거라면?
갑자기 손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건 정신적인 문제일 뿐이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하지만 이미 내 손은 식혜 컵에 살짝 담가져 있었고, 기분 탓인지 입안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돈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결국, 나는 화장실로 직행해 손을 구석구석 닦아내고, 그 돈은 조심스레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결국, 세탁이 되었든 아니든 국밥의 유혹은 강했다. 저녁으로 먹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역시 인생은 주어진 걸 감사히 받아들이는 게 최고다. 다만, 다음부터 찜질복을 입을 땐, 괜히 주머니에 손 넣지 말아야겠다는 교훈도 함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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