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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0 07:57:50
본가가 일산에 있어 주말이면 가끔 집을 비우기도 한다. 그리곤 저녁 늦게 집에 와 현관문을 열면 옅은 솔향이 코끝을 스친다. 지난번 아파트에 살 때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탁한 공기로 얼른 환기부터 시키던 나였다.
이번 봄에 집을 수리하면서 그 전에 있던 문틀과 문도 새롭게 단장하였다. 다행히 방문이 원목으로 되어 있어 그 위에 칠해진 페인트만 깎아내고 송진으로 만들었다는 천연도료를 바르기로 했다. 이틀 내내 연마기에 사포를 대고 일을 하던 인부가 이런 일은 처음 해 본다며 처음에는 적잖이 투덜댔다. 그러나 그 작업 뒤에 천연도료를 바르면서 이렇게 향기 나는 칠은 처음 해 본다며 나의 의도를 이해해 주는 듯하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천연도료는 아직까지 수입되는 상품이 많으며 일반페인트보다 3배 가량 비싸다. 그러나 일반 도장을 할 때 니스나 래커를 6~7회 정도 바르게 되는데, 천연도료는 2회 정도면 돼 전체비용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더구나 일반페인트는 화학냄새로 인해 작업과정에서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마르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리는 데 반해 천연도료는 나무결을 타고 스며들기 때문에 빨리 마르며 바르는 과정도 쉽다. 더욱이 일반적인 석유화학계 페인트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것이 장기적으로 방출되므로써 두통이나 호흡장애, 알레르기, 피부 가려움증, 점막부분 자극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이것들은 나아가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더욱 문제가 된다.
방에 흙을 발랐을 때는 흙냄새가 나를 즐겁게 해주더니 이젠 솔향까지 더해준다. 옷이 인간의 ‘제2의 피부’라면 집은 ‘제3의 피부’라 해도 과언은 아닌데, 건강에 좋고 천연 향까지 더해 주니 아내에게 고집부린 덕에 자연을 껴안고 사는 셈이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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