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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아다다의 아버지 김 초시는 한 섬지기 논으로 노총각 사위를 샀다. 한섬은 스무말(斗)이니까, 한 섬지기는 스무 마지기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만한 논농사를 지으면 중농이었다. 지금은 그 정도 가지고는 연소득 600만원 올리기도 어렵다. 하지만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고추따기 같은 밭일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마지기 땅이 얼마나 넓은지 잘 안다. 한 마지기는 ‘한말의 씨앗을 뿌릴 정도’의 넓이다. 산지냐 평지냐, 땅이 기름지냐 척박하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0평을 한 마지기로 친다.
주말농장은 한 구획이 대개 5평, 넓은 곳이 10평이다. 1평은 사방 여섯자, 3.3㎡다. 구획간의 경계를 빼면 5평은 1.5×10m짜리 큰 이랑이다. 좁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 넓이면 푸성귀 농사를 지어 서너 집이 나눠먹어도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 처음 주말농장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아내는 대뜸 두 구획을 예약했다. 겁먹은 내가 한 구획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풀’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물론 감자·들깨·땅콩·고구마처럼 별로 손이 안 가고 저장도 쉬운 작물이라면 10평을 심어도 문제가 없으니, 결국 면적보다는 무엇을 심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난해 봄엔 아욱·쑥갓·근대를 두줄(이랑)씩 심었고, 치커리와 케일을 한줄씩 심었다. 가장 많이 먹는 상추는 대여섯줄을 심었다. 쑥은 ‘쑥쑥’ 잘 자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것들은 쑥보다도 훨씬 잘 자라서 늘 수확하기에 바빴다. 그러고도 밭이 반이나 남아 고추를 10주가량 심고, 피망과 가지, 토마토, 방울토마토를 3주씩 심었다. 들깨는 상추를 일부 솎아낸 자리와 모종을 했던 자리에만 듬성듬성 심었다.
농약 없이 짓는 농사는 장마철이 고비다. 잘 이겨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역시였다. 가장 먼저 피망이, 이어 가지와 고추가 심하게 병들었다. 풋것을 제법 거둔 것에 만족하고 모두 뽑아내니, 들깨 대여섯주와 늦게 심은 고구마 네 그루가 남았다. 가을 농사로는 상추를 새로 심고, 배추·총각무·갓·쪽파를 나눠 심었다. 총각무는 잘 자라긴 했는데, 무청이 너무 볼품없었다. 갓도 그랬다. 배추는 겨울이 오도록 속이 제대로 차지 못했고, 잎도 질겼다. 그것들로 김장을 해 지금껏 먹고 있는데, 먹어본 사람들은 입엔 조금 거칠어도 맛은 아주 고소하단다. 그렇게 내가 웰빙족이 되는 데 든 돈은 1년 동안 땅값 7만5천원과 씨앗·모종·유기질비료 1포대 값을 모두 합해 10만원이 채 안 된다.
올봄엔 무얼 심을까? 모종을 옮겨심기 전엔 땅이 노니 우선 감자를 몇알 심으려고 한다. 지난해 경험으로 보니, 푸성귀는 상추만 댓줄 심고 다른 것들은 한줄씩만 심어도 충분할 것 같다. 새로 여유가 생긴 자리에 심으려고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수세미다. 옛날엔 화장수로 썼다는 수세미 수액을 올해는 한번 받아볼 참이다. 해바라기도 심어 정말 해를 따라 도는지 한번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난 가을 채종해둔 나팔꽃씨를 심어, 넝쿨이 어느 방향으로 해바라기를 감아도는지도 올해는 꼭 확인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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