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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자른 목재를 써라

건축을 하는 나로서는 나뭇결이 살아 있는 고색창연한 옛 건축물을 만나면 마치 오래 된 연인을 만난 듯 반갑다. 더욱이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반들반들해진 나무를 쓰다듬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건축재료로도 목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목재는 인간과 같은 유기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람과 동일한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돌이나 철과 같은 차가운 느낌의 재료보다 자연적인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재를 선호하고 신체도 다른 재료들과는 달리 목재에 대하여 좋은 감각을 느낀다.

그러나 언제부터 나무는 콘크리트와 철에 밀려 건축재료로서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지난 1960~70년대 헐벗은 산을 녹화하는 데 주력한 나머지 나무를 벤다는 것이 금기시돼 온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제 30년 이상 된 나무들을 전국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나무들을 벌채하고 다시 심어서 이용해야 하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벌채를 하는 것과 더불어 조림을 함으로써 건강한 자연의 순환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목재가 운반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렇게 국내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생태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나무를 벌채할 때 수액이 없는 겨울철이 적당하며 이때가 목재 수축이 가장 작고 곰팡이나 벌레의 발생도 가장 적다는 것이다. 많은 생명체가 달의 기울고 차는 시기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나무도 달이 기우는 그믐의 영하기온에서 잘라 만든 목재는 방부제와 방충제가 필요없다 한다.

이렇듯 목재는 사용 뒤 재생이 가능하며, 가공과정 중 화학적 처리만 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건강한 실내공기를 유지시켜 준다. 이는 목질부의 많은 공극이 수분을 흡수하고 저장하였다가 서서히 내뿜는 과정에서 실내습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자연성과 친근한 색채, 고유의 냄새 때문에 쾌적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창출하는 목재는 커다란 내부표피(2000㎠/g)의 미세기공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자연적으로 높은 통기성능 및 흡수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요즘은 나무의 자연느낌보다는 여러 색깔을 덧입히고, 접착제로 붙이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나 페놀, 화학본드로 처리하기 때문에 나무 고유의 매력을 잃고 오히려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목재가 단순하게 가공되면 가공될수록 에너지수요가 감소되며 동물뼈나 식물, 우유로 만든 아교와 목재에 들어있는 리그닌을 사용하여 제품의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방부제 대신 나무기름이나 나무타르, 아마기름, 와니스, 봉랍 등과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거나 10~15%의 붕사나 소다수를 사용하면 곰팡이나 벌레의 기생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화재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늘 가능하면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은 마치 의학 기술처럼 수천년에 걸쳐 개인 경험에 의해 각 지역마다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그래서 더욱이 자연의 일부로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만 목재로 건축된 건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아름답고 오래 보존되기 위해서는 좀더 지속적이고 많은 관리를 요구하게 된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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