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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조 대신 정화연못을…조경시설로도 가능

예전 전통 마을에는 하수관이 없었다. 대신 마을을 관통하거나 돌아서 흘러 나가는 냇물이 있었고, 냇가에서는 낮 동안 동네 어린이들이 멱을 감고 밤에는 아낙네들이 목욕을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를 집 근처에서 정화시킬 수 있는 텃밭이나 미나리가 심겨 있는 도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의 수용력 안에 사는 삶의 형태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겠지만 자연이 갖고 있는 정화능력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물이 깨끗하다고 해서 시골마을 냇가에서 선뜻 멱을 감기는 어려울 듯 싶다. 이는 각 집 정화조를 거쳐간 하수가 하천으로 직접 흘러들어 오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집마다 또는 마을 안에 정화연못을 설치한다면 정화조가 필요 없게 된다. 유기물질이 포함된 생활하수는 생물학적인 자연정화 기능을 하는 연못을 통하여 아주 깨끗하게 정화가 가능하다. 자연적 정화방식은 토양과 식물뿌리의 미생물을 이용하는 육상처리 방식과 연못을 이용하는 수생처리 방식이 있는데, 장소가 좁거나 심하게 오염된 생활하수를 처리할 때는 정화연못이 적합하다. 정화연못의 원리는 자연하천의 정화작용을 응용한 시설로서 모래와 자갈층 두어 미생물의 생물학적 분해작용을 이용하고 양분흡수력이 뛰어난 갈대나 골풀, 부들, 수생붓꽃 등의 습지식물을 심어 여과기능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물론 지역적 제약이 있다. 하지만 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중소도시에서는 주택 안에 조경시설로도 적용가능하며 공동주택단지에서는 풍성한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이 되기도 하여 자연의 다양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가뭄에 대비하여 지속적으로 물을 확보할 수 있고, 설치비가 저렴하며 물고기까지 키울 수 있어 풍부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다만 지하수를 음용으로 사용하는 인접지역에 설치할 경우 지하수 오염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오염방지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러한 단지나 건물에는 하수관거가 필요없어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하수관으로 오수를 쏟아버리면 더러운 물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자연에 주는 부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화연못은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는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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