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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한겨울 목욕하고 나와 창문에 기댔는데…

중세 유럽의 유명한 성당이나 건축물을 보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판유리가 생산되기 시작했던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창문 소재로 작은 조각유리를 이어붙여 만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유리는 귀했고 가공과정도 세밀했기 때문에 유리로 만든 창문이 있는 집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 시대에 이사를 갈 때는 유리창을 떼어 갔다고 하니 그 만큼 귀한 소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창호지를 이용하였는데 옛날 건물이 춥고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 것은 창문으로의 열손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물에서의 열손실은 창문이 차지하는 면적과 창문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크며, 공동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창문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양이 건물 전체에서 25~35%를 차지한다. 특히 단창과 이중창, 덧창의 설치여부에 따라 에너지의 손실이 3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홑유리는 삼중유리나 아르곤과 같은 기체를 넣은 창문에 비해 연간 기름소비가 4배까지 많다. 평균적으로 건물에서 홑유리가 연간 40ℓ의 기름을 소모하는 반면 삼중유리나 아르곤가스를 넣거나 단열코팅을 한 유리는 10ℓ 이하를 쓴다.

유리뿐만 아니라 창틀도 에너지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제품생산과정에서도 상당한 에너지소비의 차이를 보이는데 한가지 예로 목재에 비해 합성제품으로 창틀을 만들 경우 6배, 알루미늄은 25배의 에너지가 든다. 또한 목재는 독성이 없는 칠로 마감하면 무리없이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으나 알루미늄이나 합성소재는 재활용하지 않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창문에 덧붙여진 루버(사진)나 덧창은 유리를 한겹 덧대는 것보다 효율이 높으며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리를 여러 겹으로 하면 빛 유입량이 줄어들지만 덧창은 필요한 시간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다. 아울러 외부의 침입이나 프라이버시 유지, 겨울철의 차가운 외부공기를 차단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과거 우리네 전통가옥에 덧창이 달려있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었다.

독일 유학시절 영하 10도 이하의 한겨울에 목욕을 하고 나와 기숙사 창문에 기대어도 차가움을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단열창호를 사용하는 독일과 비교하면 겨울철 우리의 아파트 관리비가 왜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한번 지으면 100년을 쓰려고 짓는 건물이 될 때 초기투자를 아끼지 않고 유지관리상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땅에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삶을 살려면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다시 한번 검토해볼 일이 아닐까 한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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