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선도 ④

무한히 비워진 무념무상에서 몸안의 우주에너지 통로 열려

우리의 참 정신(하늘의 정신)이 깨끗한 거울이라면, 온갖 번뇌와 잡념은 거울에 묻은 먼지나 얼룩과 같습니다. 우리의 본래 성품(하늘의 성품)이 푸르른 하늘이라면 온갖 감정은 하늘을 덮은 먹구름입니다. 또, 우리의 참 생명력(하늘의 생명력)이 순수한 물이라면, 생명을 해치는 온갖 에너지는 각종 오염물질입니다.

번뇌와 잡념은 갖가지 감정을 일으키고 생명력을 탁하게 만듭니다. 또, 탁한 생명력은 번뇌와 어두운 감정을 일으킵니다. 그 때문에 선도에선 생명력과 성품(심성)과 정신을 함께 닦는데, 이를 성명쌍수(性命雙修)라 합니다.

머릿속 깊은 곳에 갇혀 있는 하늘의 정신이 환하게 드러나려면, 복잡한 생각과 잡념이 모두 사라져야 합니다. 정신은 맑게 깨어 있으되, 무념무상의 상태가 될 때, 하늘의 정신이 드러나고 크게 길러집니다. 아무 생각도 안 하지만, 환히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 상태를 적적성성(寂寂腥腥)이라 합니다. 이 적적성성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불교에선 참선수행ㆍ위빠싸나(지관) 수행을 하며, 선도ㆍ요가에선 명상을 합니다. 이름과 방편은 다르나, 적적성성에 들기 위한 목적은 같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 갇혀 있는 하늘의 성품이 활짝 드러나고 크게 자라려면 마음이 모두 비워져야 합니다. 잠재의식에 있는 감정들까지 사라져야 합니다. 마음(감정)이 없어진다 함은 가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거나 마른 나무처럼 굳고 메마른 게 아닙니다. 푸르른 하늘처럼 밝고 환하면서 무한하게 열리는 것입니다. 무한하게 열리고 비워진 그곳에, 사랑ㆍ자유ㆍ평화가, 이들을 모두 합친 것 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가득 채워지는 것입니다. 사랑과 자유와 평화로 온 우주 삼라만상과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비워져 가슴이 드넓게 열리는 만큼 정신도 높아집니다. 어떤 수행자들은 마음을 비우는 것은 소홀히 하고, 정신집중을 하는 명상수행은 열심히 하며, 큰 깨달음을 얻고자 애씁니다. 이는 밥그릇에다 바닷물을 담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생명력은 하복부에 모입니다. 선도에선 하복부를 단전이라 부르는데, 단전은 생명력이 저장되는 창고이며 중앙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력은 단전을 중심으로 온 몸에 흐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평안하면 생명력이 하복부에 주로 모이며 온 몸에 잘 흘러 건강해집니다. 마음이 어두우면 탁한 생명력이 머리와 가슴에 몰려 병약해집니다.

또, 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생명력을 음식물과 우주로부터 얻습니다. 음식물로 얻는 에너지는 한정돼 있으나, 우주에너지(하늘의 생명력)는 무한합니다. 우리 몸에는 우주에너지의 통로들이 있습니다. 이 통로들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열리며, 마음이 비워지는 만큼 넓어집니다. 그래서 마음이 크게 비워진 사람은 그 만큼 우주에너지를 풍부하게 받습니다. 천진난만한 아기들이 그렇습니다.

이처럼, 수행의 핵심원리는 마음을 푸른 하늘처럼 비워 우리 안의 하늘 성품을 기르고, 번뇌망상을 떨쳐 우리 안의 하늘정신을 기르며, 하늘의 생명력을 받아서, 우리의 참 모습인 하늘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선도ㆍ요가ㆍ불교 등 모든 문파의 수행원리가 똑같습니다.

자허/선도수행자 <숨 명상 깨달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