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참선·호흡수련으로 번뇌 비운 마음에 생명력 채워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마음을 비워 없애고 번뇌를 떨치기만 하면, 우리의 참모습인 하늘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어찌 보면 무척 쉬운 일인데, 마음과 번뇌를 떨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걸 잘해 보고자 다양한 수행의 방편들이 생겨났습니다. 명상ㆍ참선ㆍ위파사나의 여러 기법들이 모두 그런 방편들입니다. 명상이나 참선수행을 할 때, 내가 본래 하늘사람ㆍ부처님과 같은 존재였으며, 지금도 내 안에 그러한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면, 마음을 잘 비울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러하듯, 모든 존재 안에 완전하고 신성한 참모습이 살아 있음을 실감하면, 마음이 더 잘 비워지고 많은 번뇌가 사라집니다. 더 나아가 삼라만상과 일체감에 젖어, 마음도 생각도 다 놓고 깊..

무한히 비워진 무념무상에서 몸안의 우주에너지 통로 열려 우리의 참 정신(하늘의 정신)이 깨끗한 거울이라면, 온갖 번뇌와 잡념은 거울에 묻은 먼지나 얼룩과 같습니다. 우리의 본래 성품(하늘의 성품)이 푸르른 하늘이라면 온갖 감정은 하늘을 덮은 먹구름입니다. 또, 우리의 참 생명력(하늘의 생명력)이 순수한 물이라면, 생명을 해치는 온갖 에너지는 각종 오염물질입니다. 번뇌와 잡념은 갖가지 감정을 일으키고 생명력을 탁하게 만듭니다. 또, 탁한 생명력은 번뇌와 어두운 감정을 일으킵니다. 그 때문에 선도에선 생명력과 성품(심성)과 정신을 함께 닦는데, 이를 성명쌍수(性命雙修)라 합니다. 머릿속 깊은 곳에 갇혀 있는 하늘의 정신이 환하게 드러나려면, 복잡한 생각과 잡념이 모두 사라져야 합니다. 정신은 맑게 깨어 있으..

갈등·대립으로 이지러진 옷벗고 본래 참모습인 ‘하늘사람’으로 사람은 생명력, 마음(성품), 정신으로 이뤄진 존재입니다. 물질로 이뤄진 육체 안에 이들이 깃들여 있어 생명활동을 합니다. 육체(몸)는 물질세계 안에서 생존하기 위한 옷과 같은 것입니다. 생명력, 마음(성품), 정신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상호변환합니다. 생명력이 충만하며 조화롭게 흐르면, 정신이 밝아지고 마음 또한 평화로워집니다. 마음이 평화로우면, 정신도 밝아지며, 생명력 역시 충만해지고 조화롭게 흐릅니다. 생명력이 충만하면서도 조화롭게 흐를 때 우리의 몸은 온전히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생명에너지는 정신에너지로 화하고 정신에너지는 심성에너지로 화합니다. 반대로, 심성에너지가 정신에너지로, 정신에너지는 생명에너지로 변환하기도 합니다. 이들을..

생명력·마음·정신을 함께닦아 참 성품 드러내는 게 선도수행 중국으로 전해진 선도는 춘추시대의 노자, 왕현보, 한나라의 장량, 동방삭, 진나라의 갈홍, 허손, 종리권, 당나라의 여동빈, 송나라 때의 장백단, 금나라의 왕철, 구처기, 백옥섬, 청나라 때의 유화양, 오충리 같은 분들을 거쳐 오늘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중국에서 널리 알려진 선도의 스승 중에는 신라 출신의 김가기란 분도 있습니다. 중국 선도엔 세상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도인들이 많습니다. 또 많은 도인들이 선도 수행에 관한 저술을 남겼습니다. 많은 수도인들이 함께 수행하는 수행단체들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선도가 본래 중국 고유의 수행법인 줄 잘못 아는 이들이 많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언젠가부터 선도가 세속에서 멀리 떠나 산중으로 숨어들어..

중국 선도 동이족 황제가 전파 인도로 건너가선 요가로 발전 선도는 동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수행법입니다. 인도의 요가 역사는 약 오천년에 이릅니다. 또, 요가의 스승들 사이엔, 약 오천년 전, 북방의 황색인들이 자신들에게 요가 수행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선도와 요가의 수행법은 매우 비슷합니다. 수행의 근본원리는 똑같고 지엽적인 수련방법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요가를 남방의 선도라 한다면, 선도는 북방의 요가라 할 수 있습니다. 선도 수행법은 우리나라와 중국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본래 우리 겨레 고유의 수행법이었으며, 뒤에 중국인들에게 전해졌던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해진 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옛날, 중국대륙의 동쪽..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누가 재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장의 길이가 80cm가량 길다고 한다. 그래서 몸의 허리 부분이 길어져 어쩔 수 없는 ‘숏다리’란다. 장이 길어진 것은 오랜 세월 채식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채소나 곡류에서 영양분을 다 흡수하려면 음식물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초식동물은 육식동물보다 장이 길다. 한국인의 채식 습관은 어떤 철학적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국과 찌개가 발달하고 멍멍탕까지 먹는 것을 보면, 아마 육류가 부족해서 채식을 주로 해온 것이리라. 채식으로 숏다리가 된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대장암에 훨씬 덜 걸린다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 ‘기근’이란 말은 우리 조상들에게 채소..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삐둘키가 무엇인지 아는가? 밭에 내다심은 콩이나 땅콩 씨앗이 막 싹을 틔울 무렵, 씨앗을 파먹고 온통 헤집어놓는 산비둘기를 내 고향마을에서 부르는 말이다. 마음이 삐뚤어져 ‘삐둘키’라 한단다. 우리가 대상에 부여하는 이름엔 이렇게 느낌이 실려 있다. 알량한 농사지만 주말농장을 하다보니 ‘비가 온다’ 하지 않고, ‘비가 오신다’고 하는 뜻을 이제 알것 같다. 지난주 두어 차례 내린 비로 씨앗들이 파랗게 싹을 틔웠다. 열무는 제법 무,성해졌고, 상추와 쑥갓 그리고 나팔꽃 씨앗도 떡잎이 벌어졌다. 감자도 싹이 올랐다. 주말농장에 특별히 관리할 것이 없어, 지난 일요일엔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 농업협동조합이 주최하는 농촌마을체험 행사에 참가한 것이다. 어린이는 참가할 수..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한번은 점심 때 아버지를 모시고 보리비빔밥집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단호히 고개를 저으셨다. “난 안 먹는다.” 쌀밥 한번 실컷 먹고 싶던 그 옛날 한이 그때까지도 다 풀리지 않으셨다는 걸 난 모르고 있었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수제비를 싫어한다. 끓는 물에 밀가루 반죽을 아무렇게나 떼어넣고 끓여 양념간장을 끼얹은 수제비를 나는 어린 시절 물리도록 먹고 자랐다. 아무리 유명한 식당의 수제비도 그 기억을 지워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시절 그렇게 많이 먹던 고구마는 지금도 맛있으니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는 지난해에도 주말농장에서 고구마를 길렀다. 고구마는 5월 중순 또는 하순께 모종을 사서 옮겨심기를 하는데, 올해는 직접 모종을 길러보려고 씨고구마 하나..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식목일이 계속 공휴일로 남아 있다는 게 내게는 가끔 신기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식목일이라고 해서 나무를 심는 사람도 많은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식목일은 미 군정기인 1946년, 조선 성종대왕이 선농단에서 직접 논을 경작한 날을 기원으로 하여 정했다고 한다. 이날은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삼국을 완전 통일한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공휴일이 명멸해갔는데, 식목일은 1949년 공휴일이 된 이후 1960년 한해를 빼고는 지금껏 공휴일로 남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농사를 중시해온 우리 조상들의 뜻을 기려서일까? 내 생각으론 그것보다는 성묘를 하는 한식과 겹친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 시절 식목일에는 대개 학교에 가서 나무를 심어야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세상만사를 이분법으로 보는 어떤 내 친구는 나와 같은 세대를 “중고등학교에서 을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도시에서 자란 이들이야 이나 을 배웠지 을 배웠을 리 없다. 의대생이 농대로 옮겼다고 해서 신문에 나고, 농업고등학교라곤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과목을 배웠다는 것보다 더 딱 떨어지는 촌놈의 증거가 있을까 싶다. 물론 학교 공부란 게 삶의 현장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시클라멘, 피튜니어, 베고니아같은 서양의 식물 이름을 시험 때문에 열심히 외우기는 했으나, 내가 그 식물들의 생김새를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내가 다른 식물에 대해 아는 것도 대부분은 학교 공부 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