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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음모

지중해의 음모 #006

Escaper 2025. 8. 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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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는 그녀의 슬픈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얼마 전 일인가요?” 그가 단순히 물었다.

“벌써 팔 년 반이 되었어요.” 그녀가 속삭이듯 대답했다.

피트는 멍해졌다.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낭비라고 그는 생각했다. 거의 아홉 해 동안 죽은 남자를 두고 슬퍼하다니, 아름다운 여자로서는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낭비인가. 곱씹을수록 화가 났다. 그녀의 눈에 회상의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자 역겨움마저 느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고 온몸이 총탄에 맞은 듯 경직되었다.

“왜 저를 때리셨죠?”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필요했으니까. 아주 절실히 필요했어.” 피트가 날카롭게 내뱉었다. “당신이 붙들고 있는 그 불씨는 낡아빠진 외투만큼이나 지겨운 거야. 차라리 누군가가 당신을 무릎에 눕혀놓고 몽둥이질이라도 했어야 했을 지경이야. 남편이 멋졌다고? 그게 뭐가 어쨌다고? 그는 이미 죽었고 땅속에 묻혔어. 수년 동안 애도한다고 해서 무덤에서 되살아날 리 없어. 그의 기억은 어디든 잠가두고 잊어버려. 당신은 아름다운 여자야. 시체더미에 묶여 있을 여자가 아니야. 길을 지나는 모든 남자들이 당신을 돌아보고 갖고 싶어 하잖아.” 피트는 그녀의 허약한 방어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생각해 봐. 네 인생이야. 시들어 회색이 될 때까지 ‘카밀라’ 흉내 내면서 허비하지 말라고.”

아침 햇살에 그녀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일그러졌고, 호흡은 흐느낌에 젖어 있었다. 피트는 그녀가 충분히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물 자국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모래알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가 그녀의 눈빛을 포착했다. 그 눈동자는 부드럽고 겁먹은 듯, 어린 소녀 같았다.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려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입술은 따뜻하고 촉촉했다.

“마지막으로 남자를 가진 게 언제였지?” 그가 속삭였다.

“그 이후로는…” 그녀의 목소리는 흐려졌다.

피트는 그녀를 취했다. 바위의 긴 그림자가 해변 위로 드리워져 두 사람의 몸을 태양으로부터 가려주고 있었다. 모래밭 위로 도요새 떼가 원을 그리며 내려앉아 파도와 술래잡기를 하듯 이리저리 뛰놀았다. 가끔 새 한 마리가 고개를 돌려 그늘 속의 연인을 힐끗 바라보다 이내 부리를 모래 속에 박아 먹이를 찾는 데 열중했다. 태양이 높이 떠오르자 그림자는 짧아졌다. 바위 끝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바다 위를 작은 어선이 지나가며 그물질을 했다.

마침내 피트는 몸을 떼고 그녀의 고요하고 미소 짓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둘 다 받아주세요. 제 축복과 함께.” 그녀가 속삭였다.

피트는 그녀의 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봐,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살았는지.” 그는 미소 지었다.

“동의해요. 제 우울증을 이렇게 훌륭히 다스려주시다니.”

“나는 언제나 유혹을 처방하지. 희귀병이든 흔한 병이든, 모든 걸 낫게 해 주거든.”

“그럼 진료비는 얼마인가요, 의사 선생님?” 그녀가 여성스러운 웃음과 함께 물었다.

“이미 다 치른 걸로 하죠.”

“그렇게 쉽게는 안 되죠. 오늘 저녁 제 삼촌 댁에서 저녁 식사에 꼭 와주셔야 해요.”

“영광이죠.” 피트가 말했다. “몇 시에, 어떻게 가면 되죠?”

“저녁 여섯 시에 삼촌의 운전사가 브래디 비행장 입구로 마중 나갈 거예요.”

피트의 눈썹이 올라갔다. “내가 브래디 비행장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당신은 분명 미국인이잖아요. 그 섬에 있는 미국인들은 모두 거기에 있거든요.” 테리는 그의 손을 움켜쥐어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이제 당신 얘기를 해줘요. 공군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조종사예요? 장교죠?”

피트는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난 기지의 쓰레기 수거부야.”

테리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열렸다. “정말이에요? 당신은 너무 똑똑해서 그런 일은 안 어울리는데.”

그녀는 그의 강건하게 그을린 얼굴과 강렬한 녹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뭐, 직업 때문에 당신을 미워하진 않을게요. 혹시 중사로 진급은 했나요?”

“아니오. 중사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그 순간, 이백 피트쯤 떨어진 바위 사이에서 번쩍이는 빛이 피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햇살이 반사되어 잠깐 눈부신 반짝임이 보였다. 그는 시선을 고정했지만, 그 뒤로는 아무런 움직임이나 빛을 감지할 수 없었다.

테리는 그가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피트가 거짓말했다. “물 위에 뭔가 떠 있는 걸 본 줄 알았는데 금세 사라졌어.” 그는 그녀의 올려다보는 얼굴을 바라보다 장난스런 눈빛을 띠었다. “이제 기지로 돌아가야겠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테니까.”

“저도 돌아가야겠어요. 삼촌이 제 걱정을 하실 거예요.”

“말할 거예요?”

“바보 같으니.” 그녀가 웃었다. 그녀는 일어나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비키니를 고쳐 입었다.

피트는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여자는 남자와 관계를 갖기 전엔 수줍고 얌전한데, 끝나고 나면 반짝이고 활달해지는 걸까?”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성관계가 우리 속에 쌓인 좌절을 풀어주고 현실적이고 생생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일 거예요.”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보시다시피 우리 여자도 동물적인 본능이 있거든요.”

피트는 그녀의 엉덩이를 장난스럽게 탁 쳤다.

“자, 집까지 바래다줄게.”

“멀리 가셔야 해요. 우리 삼촌의 별장은 리미나스 뒤쪽 산속에 있거든요.”

“산은 어디고, 리미나스는 또 어디죠?”

“리미나스는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6마일쯤 가면 있는 작은 마을이에요.” 그녀가 북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산이 어디냐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녀의 손이 안쪽 경사지를 향해 휘어졌다. 도로에서 불과 1마일쯤 떨어진 언덕이었다. “저걸 뭐라고 부르세요?”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선, 고도 3천 피트 미만은 그냥 언덕이라고 불러요.”

“당신네 미국인들은 늘 허풍이 심하다니까.”

“그게 미국인의 오랜 취미거든.”

그들은 천천히 오솔길을 따라 해변을 떠났다.

도로 갓길 한쪽에는 오픈탑 미니 쿠퍼가 서 있었다. 영국 레이싱 그린 도색은 타사스 먼지에 덮여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내 멋진 그랑프리 경주용 차, 마음에 드세요?” 테리가 자랑스럽게 물었다.

피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과장된 말투 때문이라기보다, 자동차를 두고 영국식으로 ‘스매싱(smashing)’이라고 표현하는 게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이봐, 제법 근사한데?” 그가 그녀 특유의 말투를 흉내내며 대답했다. “이거 당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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