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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음모

지중해의 음모 #010

Escaper 2025. 8. 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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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3

소년은 곧 두 조각으로 잘린 케이블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땋아 만든 강철 케이블을 건에게 건네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피트는 스카치 위스키를 한 모금 더 들이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잔을 건의 책상 위에 내려놓고 케이블을 손에 들어 양 끝을 주의 깊게 살폈다.

겉보기엔 흔한 기름때 묻은 강철 케이블 같았다. 각각 길이는 약 60센티미터였고, 2,400가닥의 철선이 꼬여 5/8인치 굵기를 이루고 있었다. 끊어진 부분은 한 지점에서 똑 부러진 것이 아니라 약 15인치 구간에 걸쳐 흩어져 있어, 너덜너덜 풀려버린 말꼬리처럼 보였다.

뭔가가 피트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그는 확대경을 들어 무거운 렌즈 너머로 들여다보았다. 눈빛이 번뜩였고, 입가에는 자만 섞인 미소가 번져갔다. 오래 잊고 있던 흥분과 음모의 감각이 다시 핏줄을 타고 흘러들었다. 이건 꽤 흥미로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보이나?” 건이 물었다.

“그래, 아주 많이.” 피트가 대답했다. “네가 알든 모르든, 이 주변을 네 놀이터로 만들고 싶지 않은 적이 하나 있는 거야.”

건은 얼굴이 상기되며 눈이 커졌다. “뭘 발견했지?”

“이 케이블은 누군가 고의로 잘라낸 거야.” 피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잘랐다고? 어디서 인간이 손댄 흔적을 본 거야?” 건이 외쳤다.

피트는 확대경을 들어 보였다.

“끊어진 부분이 나선형으로 내려가면서 안쪽으로 휘어들어간 걸 봐. 게다가 철선들이 납작하게 눌린 모양새지. 만약 케이블이 양쪽에서 당겨져 끊어졌다면, 가닥은 깨끗이 갈라지고 끝은 바깥으로 뻗었을 거야. 그런데 여기선 그렇지 않아.”

건은 산산조각 난 케이블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해가 안 돼. 그럼 뭘로 이런 짓을 했다는 거지?”

피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추측은 프리마코드(Primacord)야.”

건은 경악하며 안경 뒤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설마 농담이지? 그건 폭약이잖아?”

“그래, 폭약이지.” 피트가 차분히 말했다.

“프리마코드는 줄이나 밧줄처럼 보이고 두께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주로 나무를 폭파해 쓰러뜨리거나, 떨어진 여러 지점의 폭발물을 동시에 터뜨릴 때 쓰이지. 심지어 도화선처럼 불에 타지만,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여 폭발하지.”

“하지만 누가 배 밑에 폭약을 설치할 수 있었겠나? 이 물은 수정처럼 맑아. 가시거리가 백 피트는 넘는데, 과학자나 승무원 중 누군가는 침입자를 봤을 거야. 게다가 폭발 소리도 들렸어야 했지.”

“그 대답을 하기 전에 두 가지만 묻지. 케이블이 끊어졌을 때 달려 있던 장비는 뭐였지? 그리고 언제 끊어진 걸 발견했나?”

“잠수부들이 180피트 수심에서 작업하고 있어서, 잠수병을 막기 위해 장시간 수중에서 감압할 필요가 생겼거든. 그래서 수중 감압 챔버를 케이블에 매달았어. 케이블이 끊어진 건 아침 7시, 아침 식사 직후였지.”

“그럼 밤새 챔버를 물속에 두었군?”

“아니.” 건이 대답했다. “우린 늘 새벽 전에 챔버를 내린다. 혹시 있을 아침 일찍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두는 거지.”

“바로 그거야!” 피트가 외쳤다.

“누군가 새벽 어둠을 틈타 헤엄쳐 와서 케이블에 프리마코드를 설치한 거지. 해가 뜨고 나면 가시거리가 백 피트라 해도, 한밤중에는 겨우 30센티미터도 안 되거든.”

“그럼 폭발음은?”

“초보적인 문제지, 루디.” 피트가 비웃듯 말했다.

“수심 80피트쯤에서 소량의 프리마코드가 터지면, 브래디 비행장의 F-105 스타파이어가 내는 소닉붐이랑 거의 똑같이 들릴 거야.”

건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피트를 바라봤다. 피트의 가설은 기본적으로 설득력이 있었고, 반박할 여지도 거의 없었다.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피트는 위스키를 비우고 잔을 건의 책상 위에 탕 내려놓았다.

“넌 계속 여기서 그 티저를 낚아 올리라고. 난 섬으로 돌아가 사냥을 좀 해봐야겠어. 네 프로젝트 방해와 어제 브래디에서 벌어진 공격 사이에 뭔가 연결이 있을지도 몰라. 다음 단계는 이 모든 소동의 배후와 그 동기를 밝혀내는 거지.”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사내가 뛰어들어왔다. 그는 수영팬츠와 허리띠만 걸쳤는데, 허리띠에는 칼과 나일론 그물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젖은 머리는 햇볕에 바래 희끗했고, 주근깨가 코와 가슴에 흩어져 있었다.

그가 서 있는 바닥엔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카펫에 어두운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건 사령관!” 그가 흥분해 소리쳤다.

“봤습니다! 정말 봤어요! 제 마스크 바로 3미터 앞에 티저가 나타났습니다.”

건은 벌떡 일어났다.

“확실한가? 가까이에서 본 거 맞나?”

“그 이상이에요,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주근깨투성이 사내는 온 얼굴에 웃음을 터뜨렸다.

“작살총만 있었다면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산호 군락을 찍으려고 카메라만 들고 있었거든요.”

“어서, 그 필름을 연구실로 보내서 현상해라!” 건이 호통쳤다.

“알겠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지나가며 피트에게 소금물 몇 방울을 튀기며.

건의 얼굴엔 행복과 결연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맙소사, 포기하고 꼬리 내리고 귀향할까 했는데… 이제 난 여기서 늙어 죽든 티저를 잡든 끝까지 버틸 거야.” 그는 눈을 반짝이며 피트를 보았다.

“메이저, 이거 어떻게 생각하지?”

피트는 단순히 어깨를 으쓱했다.

“난 개인적으로는 여자 낚시가 더 좋더군.”

그는 손쉽게 머릿속을 지금의 상황에서 떼어내, 붉은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 서 있던 테리의 자태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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