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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킨투스의 입술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피트 소령 말이 옳소. 모든 부두와 창고는 우리 마약국과 세관, 게다가 항만경비대의 감시망 아래 있지. 아니오, 방법이 있다면 그건 극도로 교묘한 수법일 거요. 수년 동안 빈틈없이 성공을 거둬온 만큼이나.”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조용히 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확실한 단서 하나를 잡았네. 가느다란 실줄일지라도, 그 끝에 밧줄이 매이고, 밧줄이 다시 쇠사슬에 이어져 있다면, 언젠가는 그 끝에서 폰 틸을 붙잡을 수 있을 게야.”
“소령의 추측을 좇는다면, 다리우스가 마르세유의 우리 요원들에게 알려야 하오.” 제노의 어투는 자신 없는 자가 억지로 믿음을 주려는 것 같았다.
“아니오, 알면 알수록 좋지 않아.” 자킨투스가 고개를 저었다. “폰 틸의 귀에 들어갈 만한 행동은 일절 원치 않소. 퀸 아르테미시아와 헤로인은 반드시 시카고까지 무사히 가야 해.”
“교묘하군.” 피트가 웃었다. “폰 틸의 화물을 미끼 삼아 상어 떼를 불러들이려는 거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소.” 자킨투스가 끄덕였다. “거물 범죄자들과 마약 암흑가의 조직이 그 잠수함을 맞으러 총출동할 게 분명하오.” 그는 파이프를 한 모금 빨았다. “마약국이 그 환영회 주최를 맡을 걸세.”
“투하 지점을 찾는다면 말이지.” 피트가 덧붙였다.
“찾아낼 걸세.” 자킨투스가 자신 있게 말했다. “퀸은 최소한 3주는 더 있어야 대호수 지대에 닿아. 그동안 항구와 조선소, 요트 클럽을 모조리—은밀하게—샅샅이 뒤질 수 있지.”
“그리 쉽진 않을 거요.”
“우리 능력을 얕잡지 마시오.” 자킨투스가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 “정확한 지점을 콕 집으려는 게 아니오. 대략의 구역만 좁히면 돼. 잠수함은 레이더가 끝까지 추적할 걸세. 시기를 보아 우리는 덮칠 뿐.”
피트가 엄숙히 그를 보았다. “당신은 너무 많은 걸 당연시하오.”
“놀랍군, 소령. 방향을 준 건 바로 당신이었소. 인터폴과 우리 국이 지난 20년간 붙잡지 못한 첫 그럴듯한 가설을.” 자킨투스가 응수했다. “설마 스스로 내린 추론을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피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잠수함 가설은 확신하오.”
“그렇다면 문제는 뭔가?”
“당신이 모든 걸 시카고에만 거는 게 우려스럽소.”
“그보다 나은 덫이 어디 있소?”
피트는 느리고 또렷이 말했다. “퀸 아르테미시아가 세관에 검수될 때까지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소. 스스로도 말했듯, 3주면 충분히 조사할 시간이지 않소? 성급히 올인하기보다 사실을 더 캐는 게 현명할 거요.”
자킨투스가 피트를 의아스레 보았다. “무슨 생각이오?”
피트는 뜨겁게 달궈진 트럭 옆판에 몸을 기대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거친 얼굴이 깊은 집중으로 굳어졌다. 소금 섞인 바람을 들이마시며 잠시 현실을 잊었으나, 곧 다시 돌아왔다. 그의 말엔 결심이 서 있었다.
“자크, 사정을 잘 아는 늙은 바닷개와 정예 열 명이 필요하오.”
“무엇 때문에?”
“폰 틸이 저택에서 활동을 지휘하고, 배와 수중 통신을 한다면, 해안선 어딘가에 은밀한 기지가 있어야 하오.”
“찾아내겠다는 건가?”
“그게 내 의도요.” 피트는 자킨투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어떻소?”
자킨투스는 파이프를 만지작거리다 단호히 말했다. “불가능하오. 허락할 수 없네. 소령, 그대의 판단은 언제나 현실적이고 논리적이었고, 나 역시 그 도움이 크다는 걸 잘 알지. 하지만 난 폰 틸을 자극하는 위험을 감수 못 해. 배와 헤로인은 반드시 시카고에 닿아야 하네.”
“폰 틸은 이미 눈치챘소.” 피트의 어조는 단호했다. “영국 구축함과 터키 정찰기가 세이론에서 에게해까지 따라붙은 것만 해도 인터폴이 마약을 노린단 걸 알았을 거요. 지금 막아야 해, 그가 또 다른 배로 더 실어 나르기 전에!”
“그 배가 항로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건드릴 수 없소.” 자킨투스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셋은 마약 요원일 뿐. 백인 매매도, 금괴 절도도, 범죄자 밀항도 관할이 아니지. 잔혹하게 들리겠지만, 각자의 전문 분야가 따로 있소. 우린 폰 틸을 놓칠지 몰라도, 북미의 최대 마약 공급망은 반드시 틀어막을 걸세.”
짧은 정적 후, 피트가 폭발했다.
“허튼소리! 설령 헤로인과 잠수함, 미국 내의 모든 마약상을 쓸어담는다 해도, 폰 틸은 멈추지 않아! 새 고객만 찾으면 또 다른 배에 마약을 실어 올 거요!” 그는 잠시 반응을 기다렸으나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지오디노와 난 당신 명령에 구속되지 않소. 앞으로의 일은 당신 협조와 무관하게 할 거요.”
자킨투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는 시계를 흘끗 보고 파이프로 피트를 겨누듯 흔들었다.
“시간이 없소. 한 시간 안에 카발라 공항으로 가야 하네. 유감이지만, 다시 한번 자네와 지오디노를 연행할 수밖에.”
“그건 절대 못 해.” 피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우린 순순히 잡히지 않소.”
“거부하면 강제로라도 체포하겠소.” 자킨투스는 허리춤의 45구경 권총을 두드렸다.
지오디노가 태연히 일어나 피트의 팔을 잡았다.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지오디노 키드’가 속사 실력을 뽐낼 절호의 기회 같지 않냐?”
지오디노는 티셔츠와 카키 바지를 입고 있었고, 권총 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피트는 의아했으나 오래된 친구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희망과 의심이 섞인 눈길을 보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겠지.”
자킨투스는 권총집의 덮개를 풀며 물었다. “이번엔 또 뭘 숨겨둔 건가? 경고해두겠네—”
“잠깐.” 다리우스의 쉰 목소리가 갈라졌다. 살기를 머금은 눈빛. “허락해주시오, 경감. 이 둘과는 내가 결산할 차례요.”
그러나 지오디노는 느긋했다. 위협을 무시한 채, 밥상을 넘기듯 태연히 말했다.
“교차 속사도 예술이지만, 사실 난 힙 드로가 더 빨라. 먼저 뭘 보여줄까?”
“지금 이 상황에선…” 피트가 흥미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난 가랑이 속사라도 감지덕지겠네.”
“그만! 됐다!” 자킨투스가 짜증스럽게 파이프로 손짓했다. “제발 이성적으로 굴고 협조하시오.”
“우릴 석 달이나 가둬두겠다는 건가?” 피트가 물었다.
“본토 감옥은 정치범용으로 훌륭하오.” 자킨투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노 소령의 청으로 바다 전망 방도 마련될 수 있—”
그의 말이 뚝 끊겼다. 눈이 분노로 가늘게 찢기며, 몸이 굳어 석상처럼 얼어붙었다.
지오디노의 손에, 아이 장난감 권총만 한 작은 총이 번쩍 나타난 것이다. 가느다란 총구는 자킨투스의 미간 한가운데를 겨누고 있었다. 피트조차 경악했다. 상식적으로 지오디노는 허세를 부린다고 믿었으니까.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오디노의 손에는 진짜 총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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