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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음모

지중해의 음모 #037

Escaper 2025. 9. 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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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값어치를 쳐줄 건가요?” 그녀가 요염하게 물었다.

“밀워키 시내 전차 토큰 하나 어때?”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그녀는 입술을 삐죽였다. “점점 정신 나간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트는 애써 그녀의 몸을 외면하며 말했다. “지금은 몇 가지 따져야 할 문제들이 있어.”

그녀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 피트의 얼굴은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천천히 비키니를 다시 매고 빈 의자에 앉았다.

“지독하게도 수수께끼 같은 태도네요.”

“질문 몇 개에 답하면, 다시 원래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나로 돌아가 주지.”

그녀는 왼쪽 가슴 위를 손톱으로 긁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럼 물어보세요.”

“첫 번째 질문: 삼촌의 밀수 작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그녀의 눈이 커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알고 있을 거야.”

“당신 미쳤군요.” 그녀는 노려보며 말했다. “브루노 삼촌은 선사 사장이에요. 그런 부와 명망을 가진 사람이 왜 하찮은 밀수를 한다는 거죠?”

“그가 하는 짓엔 ‘하찮음’이란 게 없어.” 피트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질문: 타소스에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삼촌을 본 게 언제였지?”

“어렸을 때 이후로 본 적 없어요.” 그녀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엄마와 아빠가 맨섬 근해에서 요트가 전복돼 돌아가셨어요. 그때 삼촌도 같이 있었고, 저도 있었어요. 삼촌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죠. 그 뒤로 삼촌은 늘 저한테 잘해주셨어요. 최고의 기숙학교, 필요한 돈, 생일이면 늘 챙겨주시고.”

“그래, 가슴 훈훈하군.” 피트가 비꼬았다. “그런데 당신 삼촌, 나이에 비해 삼촌치곤 좀 많지 않아?”

“사실은 외할머니의 오빠예요.”

“세 번째 질문: 그런데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찾아왔지?”

“편지를 쓰면 삼촌은 늘 바쁘다, 대규모 해운 거래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했어요.” 그녀가 낄낄 웃었다. “하지만 이번엔 제가 속였죠. 그냥 불쑥 와서 깜짝 놀라게 한 거예요.”

“그의 과거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어요. 자기 얘기를 잘 안 해요. 하지만 밀수꾼은 아니에요.”

“당신의 사랑하는 삼촌은 세상에 태어난 가장 더러운 쓰레기야.” 피트의 목소리는 피곤에 젖어 있었다. 상처 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가 거짓말한다는 건 확신했다.

“신이시여, 썩은 시체가 몇 구나 그의 손에 죽음을 맞았는지 알기나 하나? 수백, 아니 수천일 거다. 그 더러운 돈으로 네가 지난 이십 년간 써온 모든 게 피에 절어 있지. 게다가 눈물까지—특히 어린애들의 눈물 말이다. 부모 품에서 납치돼 북아프리카의 더러운 창녀촌에서 사춘기를 마친 어린 소녀들 말이다.”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이젠 그런 일 없어요! 거짓말이에요, 거짓말! 꾸며낸 이야기예요!”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외쳤다. 하지만 피트는 그녀가 굉장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난 진실만 말했어. 난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넌 빌라에서 내가 살해당할 걸 알았어. 테라스에서 눈물 흘리던 연극은 나도 속을 뻔했지. 하지만 오래 가진 못했어. 넌 배우가 됐어야 했어.”

“몰랐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절박했다. “맹세해요. 몰랐어요—”

피트는 고개를 저었다. “통할 리 없지. 미궁 밖에서 우리가 ‘가이드’에게 붙잡혔을 때 넌 그냥 놀란 게 아니었어. 내가 멀쩡한 걸 보고 기겁했지.”

그녀는 무릎 꿇고 피트의 손을 붙잡았다. “제발요, 제발… 신이시여!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가요?”

“사실을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 피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위에 서더니, 흠뻑 젖은 붕대를 가슴에서 찢어 떼어내 그녀 무릎에 던졌다. “봐라. 이게 네가 저녁 식사에 초대한 대가다. 삼촌의 개한테 사냥감으로 던져졌다고!”

그녀가 내려다보더니 얼굴을 창백하게 했다. “토할 것 같아요.”

피트는 그녀를 안아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억지로 목소리를 단단히 다잡았다.

그녀는 잠시 변기 있는 구석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피트를 쳐다봤다.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당신은 악마예요. 삼촌을 욕하더니, 당신이 훨씬 더 끔찍해.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증오는 있어야 했지만, 피트가 느낀 건 안쓰러움이었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 넌 이 배에 남는다.”

“날 붙잡아둘 권리 없잖아!”

“없지. 하지만 널 붙잡아둘 순 있어.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이 배에 있는 남자들은 수영의 달인들이야. 네가 죽기 살기로 헤엄쳐도 쉰 미터도 못 가.”

“영원히 갇아둘 순 없잖아.” 그녀의 얼굴은 증오로 일그러졌다. 이런 눈길을 여인에게 받은 건 처음이었다. 피트는 불편했다.

“오늘 오후 내가 짠 계획이 잘 되면, 저녁까지는 널 헌병대 손에 넘겨줄 거다.”

갑자기 테리가 그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젯밤에 사라졌던 거군요?”

피트는 놀라울 정도로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단 한 번 깜빡임에 수많은 감정을 드러내는 걸 보며 생각했다. “그래, 새벽녘에 네 삼촌 배에 몰래 올라탔지. 꽤 교육적인 체험이었어. 내가 뭘 봤는지 맞혀보겠나?”

그는 그녀를 면밀히 살피며 다음 반응을 예측했다.

“모르겠어요.” 그녀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내가 타본 배는 페리뿐이에요.”

피트는 이불 위에 앉았다. 폭신한 매트리스가 좋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머리 뒤로 젖히며 길게 하품했다.

“실례. 무례했군.”

“그래서요?”

“그래서 뭐?”

“삼촌 배에서 뭘 발견했냐고요.”

피트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여자의 호기심이란, 한 번 불붙으면 꺼지질 않는군. 그렇게 원하니 말해주지. 해저 동굴 지도를 찾았어.”

“동굴요?”

“그렇지. 삼촌의 더러운 장사가 어디서 이루어지겠어?”

“왜 이런 이야기들을 꾸며내는 거예요?” 그녀의 얼굴엔 다시 상처받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믿을 수가 없어요.”

“제발 정신 좀 차려.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야. 네 삼촌은 인터폴도, 헌병도, 마약국도 속였지만 나까지 속이진 못했어.”

“헛소리예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그래?” 피트가 곰곰이 말했다. “오늘 새벽 네 시 반, 네 삼촌 배, 퀸 아르테미시아가 빌라 앞바다에 닻을 내렸어. 배는 헤로인으로 꽉 찼지. 그 정도는 네가 알고 있겠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올해 들어 가장 형편없는 비밀일걸. 네 삼촌은 솜씨 좋은 마술사처럼 한 손으로 관객을 현혹하며 다른 손으로는 속임수를 부려왔어. 하지만 곧 끝날 거야. 나도 내 속임수를 준비했으니까.”

잠시 그녀는 침묵했다. “뭘 할 거죠?”

“평범한 미국 사내라면 당연히 할 짓을. 지오디노랑 몇 명 데리고 들어가 동굴을 찾는다. 아마도 빌라 절벽 아래에 입구가 있겠지. 찾으면 들어가서 장비와 증거를 확보하고, 삼촌을 현행범으로 붙잡은 뒤 헌병을 부를 거야.”

“당신 미쳤군요.” 이번엔 더 깊은 절규였다. “그건 무모해요. 절대 통하지 않아요. 제발 믿어줘요. 실패할 거예요.”

“부질없어. 삼촌이랑 그의 더러운 돈은 작별할 때야. 우리는 오후 한 시에 입수한다.” 피트가 또 하품을 했다. “이제 좀 자야겠군.”

눈물이 다시 그녀의 눈가에 맺혔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미친 짓이야… 미친 짓이야…” 그러곤 고개를 떨군 채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피트는 누운 채 천장을 응시했다. 그녀 말이 맞았다. 미친 짓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건 절반뿐이었다.

👉 다음 원문 주시면 계속 이어서 번역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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