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23 00:22:30 우리집 현관은 항상 흙투성이다. 대문에서 현관까지 들어오는 길에 그 흔한 블록이라도 깔아볼 만한데 바쁜 일상을 핑계로 한 나의 게으름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 전원에 살면서 흙이라도 마음껏 밟아볼 욕심인지 아직껏 우리집 마당은 맨흙 그대로다. 맑은 날은 그런대로 괜찮다. 그런데 요즘처럼 눈이라도 쌓였다 녹으면 신발 밑창에 두껍게 달라붙는 진흙 때문에 가끔 난처한 경우가 있다. 올 겨울 우리집에 손님이 왔을 때 함께 온 꼬마가 새로 산 빨간 부츠에 진흙이 묻자 울상을 지으며 엄마에게 흙을 떨어달라고 떼를 쓴 적이 있다. 물론 아이 엄마는 아이의 울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에 가서 닦아주겠노라며 아이를 달래 우리 모두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도시에서 흙을 밟아보..
2004-05-23 00:21:18 배설물을 자연으로…친환경화장실 뜬다 예전엔 똥떡이란 것이 있었다. 뒷간에서 아이들이 빠지기 일쑤였던 그 시절, 뒷간 귀신의 액땜용으로 떡을 만들어 마을사람들과 나누어 먹던 떡이란다. ‘뒷간’하면 아직도 구릿구릿하고 약간은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야기에서 비롯된 듯하다. 불과 20~30년 전 대부분 재래식변소를 사용했던 우리는 어느덧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해져 있다.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깨끗이 씻겨나가는 그 편리함에 어느덧 화장실은 응접실만큼이나 화려해져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들이 깨끗하고 화려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어느덧 자연은 심한 몸살을 앓게 되었다. 화장실에서 깨끗하게 씻겨진 분뇨는 정화조에서 몇 단계의 정화과정을 거치지만 ..
2004-05-23 00:20:19 무엇에든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추운 겨울철 내복을 입으면 한결 따뜻하듯이 건물에도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건물 내피나 외피에 단열재를 충분히 그리고 꼼꼼히 넣는 것이다. 기초를 단단히 한 다음 가장 적은 에너지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름이나 가스 형태의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로서 한번 이용하고 나면 재활용이 될 수 없고 또한 사용과정에 환경오염을 일으키니 이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건축물이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는 설계기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온실은 아주 훌륭한 구조물로 자연에너지를 이용..
2004.05.23. 00:18:34 풀 심어 냉·난방 효과까지 아! 지붕에 풀 심은 집. 웬 지붕에 풀이람! 생태건축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축주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앞서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대성리에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느낀 것이다. 그때는 한참 생태건축에 관해 강의를 하던 터라 설계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아는 지식은 모두 실현시키려는 의욕이 앞섰지만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풀을 머리에 이고 어떻게 잠을 자냐는 것이다. 이웃이나 건축주가 하는 말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집 한채 들어선다고 자연을 훼손할까 했는데 한 두채 들어서기 시작한 집들이 벌써 골짜기에 꽤 들어섰다. 공사비가 비쌌지만 건축주의 이해로 결국 경사가 40%나 되는 지붕에 녹화를 하게 되었다. 물어 ..
2004.05.20. 08:06:44 농촌이다보니 우리집 마당 한켠에는 실외화장실이 하나 있다. 이 집 주인도 농사를 짓지 않은 터라 땅속에 탱크만 묻고 위는 슬래브를 친 상태여서 겉으로 보기엔 창고 같다. 지난봄 이사 와서 집수리를 하면서 이곳 지하탱크를 빗물탱크로 사용하려고 화장실과 마당의 수도에 관을 연결하여 수도꼭지를 달았다. 이른바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펌프와 지붕에서 내려오는 처마홈통을 탱크까지 연결하는 비용과 탱크에서 화장실로 연결하는 관로 등을 합하여 약 50만원 정도 들였으니 꽤 경제적으로 설치한 셈이다. 집에 빗물이용시설을 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어린시절 비만 오면 처마 끝에 양동이들을 놓아두고 빗물을 받으셨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비 갠 뒤, 모아두었던 빗물로 이불..
2004.05.20 08:05:07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서 아빠를 불렀다. “ 아빠, 우리집에 도랑이 생겼어요. 좀 있으면 가재랑 개구리도 놀러 오겠네요.” 지난 여름부터 파기 시작한 구덩이에 빗물이 고였다 빠지기를 여러번. 아침운동 삼아 파기 시작한 구덩이가 이제 제법 그 모양새를 갖췄다. 마당 한쪽으로 길이 10m, 폭 40㎝, 깊이 1m의 기다란 구덩이를 파기까지 서너달은 족히 걸린 듯하다. 마당은 그 동안 파놓은 진흙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두 아들 녀석한테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놀이터였을 게다. 동네사람들도 마당 한 쪽에 쌓아둔 소주박스들과 그 기다란 웅덩이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또 이번엔 뭘 하나 싶은 눈초리였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올해, 우리집 마당은 비만 오면 진흙투성이였다. 물..
2004.05.20 07:57:50 본가가 일산에 있어 주말이면 가끔 집을 비우기도 한다. 그리곤 저녁 늦게 집에 와 현관문을 열면 옅은 솔향이 코끝을 스친다. 지난번 아파트에 살 때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탁한 공기로 얼른 환기부터 시키던 나였다. 이번 봄에 집을 수리하면서 그 전에 있던 문틀과 문도 새롭게 단장하였다. 다행히 방문이 원목으로 되어 있어 그 위에 칠해진 페인트만 깎아내고 송진으로 만들었다는 천연도료를 바르기로 했다. 이틀 내내 연마기에 사포를 대고 일을 하던 인부가 이런 일은 처음 해 본다며 처음에는 적잖이 투덜댔다. 그러나 그 작업 뒤에 천연도료를 바르면서 이렇게 향기 나는 칠은 처음 해 본다며 나의 의도를 이해해 주는 듯하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천연도료는 아직까지 수입되는 상품이 많으..
2004.05.20 07:53:00 환경도 지키고 가족의 건강도 위하는 생태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생태건축 만들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태구 세명대학교 교수의 생생한 체험담을 연재한다. 환절기면 꽃가루와 먼지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나는 평소 너른 마당에 아담한 집을 꿈꿔왔다. 더욱이 여러 세미나에서 생태건축 강좌를 하는 나로서는 강의 뒤 받는 이러한 질문에 난처한 때도 있었다. “교수님은 어떤 집에서 사세요?” “아, 예.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아파트를 편해해서요.” 궁색한 대답으로 아내를 팔긴 했지만 언젠가 흙과 나무로 건강한 집을 짓겠노라고 다짐한 바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농가주택을 얻어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방 세 개에 흙을 발랐다. 깔끔한 아파트와 ..